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고용 부진 및 자영업 매출 감소 등으로 가계의 소득여건이 취약계층 을 중심으로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코로나19에 대응한 정부 및 금융기관의 금융지원, 개인의 레버리지를 활용한 자산 투자 수요 확대 등으로 가계대출은 빠른 증가세를 나타내고 있다.
현재로서는 가계대출 연체율도 정부 등의 각종 금융지원 조치로 안정된 수준을 보이고 있으나, 국내외 금리 수준의 상승 등 대내외 충격이 발생할 경우 가계대출 연체율이 취약부문을 중심으로 빠르게 상승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에 본고에서는 취약차주 및 고DSR 차주를 중심으로 가계 취약부문의 대출 및 연체 현황과 특징을 가계부채DB 및 가계금융복지조사 자료 등을 활용하여 면밀히 살펴보고 정책적 시사점 을 도출해 보았다.
가계의 취약부문 현황
취약차주 = 우리나라 가계의 취약차주 수 및 보유 부채의 비중은 꾸준히 하락하여 2020년 4/4분기말 현 재 각각 6.4% 및 5.3%를 기록하였다. 그간 금융기관이 고신용자 중심으로 대출을 확대해 온 데다, 저금리 기조 등의 영향으로 기존 저신용 차주들의 신용등급이 개선된 데 기인한 것으로 추정된다.
취약차주를 구성요소별로 보더라도, 다중채무·저신용자 비중이 2012년말 58.6%에서 2020년말 50.7%로, 다중채무·저신용·저소득자 비중은 26.6%에서 10.5%로 하락한 반면 다중채무·저소득자 비중은 단일채무·저소득자의 다중채무·저소득자로의 전환 등으로 14.9%에서 38.9%로 큰 폭 상승하였다. 취약차주의 업권별 대출을 살펴보면 비은행대출 비중이 2020년 4/4분기말 61.7%로 비취약 차주의 비은행대출 비중(39.3%)에 비해 크게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또한 대출종류별로는, 2020년 4/4분기말 기 준 취약차주의 주담대 및 비주담대 비중(34.5% 및 11.1%)은 비취약차주(44.5% 및 15.1%)보다 낮은 반면, 신용 및 기타대출 비중(22.6% 및 31.8%)은 비취약차주(20.0% 및 20.5%)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기타대출 중에서는 카드론 비중(7.5%)이 비취약차주(2.0%)보다 크게 높아 취약차주의 신용위험이 상대적으로 큰 것으로 보인다.
고DSR 차주 = 전체 차주의 평균DSR은 2015~16년중 다소 상승하여 약 40% 수준에 머무르다 2019년 들어 대출금리 하락, 주담대 만기 장기화 등의 영향으로 소폭 하락세를 나타냈다. 특히 고DSR 차주의 DSR은 채무상환부담 규모가 커 금리변동 등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데다, 대출규제 강화 의 영향도 집중되면서 2019년 이후 상당폭 하락하였다. 그러나 중·저DSR 평균에 비해서는 여전히 매우 높은 144% 수준을 보이고 있다.
한편, 고DSR 차주의 수 및 보유 부채의 비중도 2019년 이후 소폭 하락하면서 2020년 4/4분기 말 현재 각각 13.5%, 39.7% 수준이다.
고DSR 차주의 업권별 대출을 살펴보면, 취약차 주와 마찬가지로 비은행대출 비중(20년 4/4분 기말 52.4%)이 중·저DSR 차주(32.6%)를 크게 상회하고 있다.
그러나 대출종류별로는, 취약차주와 달리 고 DSR 차주의 담보대출(주담대 및 비주담대) 비중(20년 4/4분기말 74.9%)이 중·저DSR 차주 (48.3%)보다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특히 고 DSR 차주의 비주담대 비중(28.9%)은 중·저 DSR 차주(5.7%)를 큰 폭으로 상회하고 있으며, 주택시장 규제 강화, 상업용부동산 담보대출의 높은 대출한도 등으로 비주담대 수요가 확대 되면서 2017년말 27.9%에서 2020년말 28.9%로 상승하는 모습이다.
취약차주 및 고DSR 차주간 관계 = 취약차주 및 비취약차주의 DSR 구간별 분포를 보면, 비취약차주(20년 4/4분기말 기준)는 DSR 70% 이상 차주가 전체의 12.1%에 불과하나 취약차주는 34.4%에 이르는 등 취약차주일 수록 고DSR 차주에 속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DSR 구간별 취약차주 및 비취약차주 비중을 보더라도, DSR 40% 미만 구간에서는 3.8% 에 불과했던 취약차주 비중이 DSR 200% 이상 구간에서는 21.8%로 크게 증가하는 등 DSR 수준이 높아질수록 취약차주 비중도 확대되는 모습을 보였다.
취약부문 대출의 연체율
가계대출 연체율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는 부도율 모형을 이용하여 추정한 결과 연체율은 경 제성장률 및 자산가격(주가, 주택가격 등) 등과 는 음의 관계를, 금리와는 양의 관계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저금리 기조가 지속되고 자산가격이 상승하면서 연체율도 하락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취약차주 연체율 역시 2012~13년중 10%를 상회하기도 하였으나 대출금리 하락에 따른 채무 상환부담 축소 등으로 2020년말 6.4%까지 하락하였다. 다만 비취약차주 연체율(0.27%)에 비해서는 여전히 매우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취약차주 연체율을 구성요소별로 나누어 보면, 다중·저신용자에서 대부분의 연체가 발생하고 있으며, 다중·저소득자(저신용에 속하지 않음)의 경우에는 매우 미미한 수준이다.
고DSR 차주의 연체율도 금융완화 기조 지속 등에 힘입어 2020년 4/4분기말 0.8% 수준까지 하락하였으나 중·저DSR 차주 연체율(0.5%)에 비해서는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과거 DSR 수준과 연체율간 관계(12~20년중 매분기 DSR 구간별 연체율의 단순평균)를 보더라도, 전반적 으로 DSR 수준이 높을수록 연체율이 올라가고 있어 원리금상환부담이 가중될수록 채무불이행 가능성이 높아짐을 시사하고 있다.
한편 전체 연체액 가운데 취약차주 및 고DSR 차주가 차지하는 비중(20년 4/4분기말)은 각각 55.5% 및 51.8%이며, 전체 취약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79.4%에 달하는 등 대부분의 연 체가 취약부문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연체자 수 기준으로는 취약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이 55.8%로 하락하여 취약부문에서 발생하는 연체에는 상대적으로 고액연체가 많다 는 것을 시사한다.
취약부문 연체차주의 특징 = 고DSR 차주의 연체율은 높은 채무상환부담에도 불구하고 취약차주 등에 비해서는 비교적 낮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현상의 원인으로는 첫째, 차주 소득이 적다고 하더라도 보유중인 금융자산 등을 원리 금상환에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가계금융복지조사 자료에 따르면 DSR 70%이상 차주의 상당수가 금융부채의 21~38%, 연간 원리금상환액의 105~174%에 해당하는 금융자산 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금융자산 처분만으로 원리금상환 재원을 마련한 다고 하더라도 평균적으로 1년 이상 원리금상 환에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금융자산의 구성 내역을 DSR 수준별로 살펴보면 금융자산의 50~60% 가량을 예금으로 보유하고 있는 데다 주식 및 펀드 등의 보유 비중도 미미하여, 채무상환을 위한 자산 처분시 시장가치 손실도 크지 않을 것으로 평가된다.
둘째, 차주의 실제 원리금상환부담 및 추가 소득을 감안하면 고DSR 차주의 DSR 수준이 크게 하락할 수 있다. 우선 소득(분모) 측면에서 보면 고DSR 차주 중에는 임대소득이 발생하는 상 업용부동산 대출 차주 비중이 2020년 4/4분기 28.9%로 높다. 이들 차주들의 경우 비주담대 취급시점에서는 DSR 산정시 기존 소득 외에 관련 상업용부동산의 미래 임대소득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고 있으나, 이를 추가로 반영할 경우 DSR은 기존 DSR보다 상당폭 하락할 수 있다.
아울러 원리금상환(분자) 측면에서도 DSR 산 정시 원금분할상환을 가정하고 있는 대출 중 실제로는 분할상환되지 않는 대출상품이 포함 되어 있다. 동 대출의 원금상환액을 총원리금상 환액에서 제외할 경우 차주의 실제 채무상환부 담은 표준DSR에 비해 낮아지게 된다. 다만 현 재의 표준DSR 산정방식이 대출차환 리스크를 고려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거시건전성 관 리 측면에서는 표준DSR이 여전히 더 바람직한 지표인 것으로 판단된다.
이러한 점을 모두 반영하여, DSR 산정시 소득 지표(분모)에 비주담대 차주의 추정임대소득을 더하고, 원리금상환액(분자)에서 실제 상환 되지 않는 원금을 제외할 경우, 기존 고DSR 차주들의 DSR 수준이 크게 하락하면서 고DSR 차주 비중(금액 기준)도 39.7%에서 23.9%로 상당폭 축소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높은 연체진입률 및 잔류율 = 취약차주 및 고DSR 차주의 비연체에서 연체 상태로 진입하는 비율(연체진입률)이 비취약 부문에 비해 뚜렷하게 높고, 신규 연체 이후 연체 상태를 지속하는 비율(연체잔류율)도 고 DSR 차주가 비취약부문 보다 높게 나타났다.
2015~18년중 매년 4/4분기의 비연체 취약부문 차주를 대상으로 연체진입률을 살펴보면, 취약 차주는 1년 이내에 급격하게 상승하여 6.1%(평균)를 기록한 뒤 점진적으로 하락하여 3년 후 5.0%로 소폭 낮아졌으며, 고DSR 차주는 1년 후 2.0%에 도달하였다가 이후 소폭 상승하여 3 년 후 2.4%를 기록하였다. 반면, 비취약부문은 소폭의 상승세를 이어가면서 3년 후에야 1.2% 수준에 도달하는 데 그쳤다.
또한 연체잔류율의 경우 2015~18년중 매년 4/4분기의 신규 연체차주 가운데 비취약부문 차주의 연체 진입 1년 후 잔류율은 평균 25.9% 이나, 고DSR 차주는 이보다 높은 36.0%를 나타내었다. 또한 3년 후에도 고DSR 차주의 잔 류율(18.5%)이 비취약부문(11.4%)보다 높아 고 DSR 차주는 연체로 진입하게 되면 높은 채무 상환부담 등으로 인해 연체 상태에서 벗어나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평가된다.
금리 변동에 민감 = 취약부문의 대출 연체율은 비취약부문에 비 해 시장금리 변동에 크게 영향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금리(예금은행 가중평균 대출 금리 기준) 하락기(19년 2/4분기~20년 4/4분기)에 취약차주 및 고DSR 차주의 연체율은 각각 8.5% 및 1.1%에서 2.1%포인트 및 0.4%포인트 하락한 반면, 비취약차주 및 중·저DSR 차주의 연체율은 거의 변동이 없는 모습을 보였다(0.4% 및 0.6% → 0.3% 및 0.5%).
또한 금리상승기(16년 4/4분기~19년 1/4분기)에는 취약차주 및 고DSR 차주 연체율이 각각 6.4% 및 0.8%에서 각각 8.4% 및 1.1%로 상승한 반면, 비취약부문의 연체율은 이전 수준을 유지하였다.(0.3% 및 0.5% → 0.3% 및 0.6%)
이와 같이 취약차주의 연체율이 금리상승기에 큰 폭 상승하는 것은 당초 채무상환부담이 큰 데다 금리상승시 이자부담이 빠르게 증가하기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 취약차주는 변동금리 비중이 높아 시장금리 상승이 대출금리 상승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또한 저신용 취약 차주의 경우 시장금리 상승시 신용위험을 반영 한 가산금리가 상승하면서 대출금리가 더욱 큰 폭으로 오를 수 있다.
결론 및 시사점
코로나19 이후 취약계층을 중심으로 가계의 소득여건은 악화된 반면, 가계대출은 자산가격 상 승 기대 등으로 큰 폭 증가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가계대출 연체율은 기준금리 인하, 각종 금융지원 정책 등에 힘입어 매우 낮은 수준을 지속했으며, 가계의 취약부문 비중도 감소세를 나타냈다.
그러나 향후 주요 선진국의 금리상승 등 대내외 충격 발생 시 취약부문 차주를 중심으로 대출 연체가 늘어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취약차주에 대한 대출의 경우 대출금리가 시장 금리에 민감하게 변동하는 신용대출의 비중이 높고 저신용자가 많아 차주의 채무상환부담이 상대적으로 크게 증가하기 때문이다.
또한 각종 금융지원 조치가 만료되는 데다 경기 회복세가 차별적으로 나타나면서 저소득층 등 취약부문의 소득여건 개선이 지연될 경우 신용 위험이 더욱 커질 우려가 있다.
따라서 금융기관은 대내외 여건 변화 시 가계 취약부문의 연체가 급격히 증가하지 않도록 대 출전략을 수립·추진해야 할 것이다. 특히 취약 부문은 비취약부문에 비해 연체진입률과 잔류 율이 높다는 점 등에도 유의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고DSR 차주들의 경우 상업용부동산 대출 등 비주담대 비중이 높은 모습을 나타내고 있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상업용부동산 대출은 LTV비율이 일반 주담대보다 높은 데다 건전성도 실물경제여건 등에 민감하게 변동할 수 있으므로 금융기관들은 관련 리스크 관리에 각별히 주의해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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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최종편집일:2024-05-17 09:02:00
